탈레반, 소수민족 민간인 9명 학살…앰네스티 “탈레반 통치가 가져올 끔찍한 결과”

입력 2021-08-20 18:22 수정 2021-08-20 18:26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병사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공세를 펼치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종파가 다른 소수민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를 인용해 탈레반이 지난달 4~6일 아프간 동부 가즈니주에서 9명의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초 가즈니주 말리스탄 지역에 거주하는 하자라족 주민들은 당시 탈레반과 정부군 간의 전투가 격화하자 산으로 피신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다시 문다라크트 마을로 돌아왔지만, 그곳엔 약탈을 끝낸 탈레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탈레반은 비무장 상태인 주민 6명의 머리에 총을 쏴 숨지게 하고, 나머지 3명은 잔인하게 고문한 끝에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시신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들이 “왜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려 하냐”고 질문했지만 탈레반은 “전쟁 중엔 모두 죽는다. 총을 가졌든 안 가졌든 상관 없다”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속한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9%)로 많지만, 탈레반의 세력 기반인 파슈툰족(42%)에 의해 줄곧 탄압받아왔다. 파슈툰족은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반면 하자라족은 아프간 내 소수 종파인 시아파인 탓이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 당시 하자라족에 대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하고 이들을 고향에서 내쫓았다. 최근에는 중부 바미안주에 있던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도 파괴했다.

앰네스티는 이로 미뤄 최근 탈레반이 내놓고 있는 유화적 메시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드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의 잔혹성은 탈레반의 과거를 상기시킨다”면서 “이는 탈레반 통치가 가져올 끔찍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표적 살인은 소수민족과 종교적 소수자들이 탈레반 통치하에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