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과 박찬구 다르다” 취업제한 논란에 설명 나선 법무부

입력 2021-08-20 17:1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활동 복귀를 놓고 박찬구 회장 사건과 비교하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이어지자 법무부가 “두 케이스는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임원 등기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20일 취업제한 관련 참고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은 박 회장의 케이스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개혁연대에서는 박 회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이 1심에서 원고 패소로 결론난 것을 근거로 들며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박 회장의 경우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이후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대표이사로 취업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1월 해당 회사가 취업제한 기업체라며 취업 승인을 신청하라고 통지했다. 한 달 뒤 박 회장은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법무부는 취업을 불승인했다.

박 회장은 취업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조항이 직업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침해하지 않았고, 취업제한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된 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판결을 인용해 “취업제한의 필요성과 목적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사례는 법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법무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임원 등기 여부를 근거로 들어 두 사례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봤다. 박 회장의 판결에서 재판부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취업제한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는데, 여기에 임원 등기 여부가 반영됐다는 게 법무부 시각이다.

법무부는 “당시 박 회장은 등기이사였다는 점에서 ‘회사법령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 등’은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 등기이사의 영향력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부회장 직함은 있지만 미등기 임원인 만큼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거듭 밝혔던 입장도 법무부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법무부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취업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무보수, 비상근, 미등기 임원 세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건 아니지만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 셈이다. 박 장관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해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