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수많은 시민이 탈레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카불 공항에 몰려들었다.
공항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는 미국 수송기를 에워싸고 비행기 동체와 날개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시민 중 일부가 수송기에 매달리다가 떨어져 숨지는 참변까지 빚어졌다.
카불을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던 아프간 국민의 모습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이 모습을 그대로 그려 넣은 티셔츠가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다.
20일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티포스포츠와 티셔츠앳로우프라이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프간 난민을 조롱하는 내용의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상품 페이지를 보면 티셔츠 앞면에 ‘카불 스카이다이빙 클럽’(Kabul Skydiving Club Est. 2021)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군 수송기에서 2명이 떨어지는 장면도 그려져 있다.
판매자 측은 “패러슈팅이나 스카이다이빙에 관심 있는 사람,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두 사람이 떨어지는 장면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결국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냐에 달려있다”는 내용의 광고 문구를 넣었다.
티셔츠에 그려진 이들은 카불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며 어머니를 부양하던 10대 형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시신은 어머니에게 인계됐다.
이를 두고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조롱한 것도 모자라 상술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인 이란계 미국인 홀리 데이그리스는 “아프간인의 고통과 불행을 상업화했다”면서 “인간이 이처럼 잔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