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황교익 TV’를 촬영한 데 대해 서둘러 해명에 나섰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 지사는 20일 오후 “(화재 당시) 마산과 창원에 가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파악도 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며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마산에서 네 시간 넘게 저녁도 먹지 않고 달려 현장에 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동물복지공약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이걸 갖고 빨리 안 갔다고 얘기하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에게 “당시 현장에 재난본부장이 있었고 현장 상황을 다 체크하고 있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앞서 경기도도 설명자료를 내고 이 지사의 그날 동선을 공개한 뒤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다. 애끓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유튜브 채널 출연 논란은 19일 기호일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불거졌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맹폭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은 이번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대표의 경선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인 이 지사가 화재 사건 당일 황교익씨와 유튜브 촬영을 강했다는 언론 보도에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며 “관련 보도에 대해 성실하게 국민께 소명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경기도는 물론 이 지사가 직접 나서 해명을 내놨지만 이제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선 캠프 측 이기인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일본 아베 총리의 26분 재난출동 사례를 들며 세월호 사고와 비교했던 이재명은 어디 있는가”라며 “고립된 화마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였던 한 명의 순직 소방관보다 자신과 가까운 유튜버 한 명이 그리도 중요했냐”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당장 현장에 있지 못하더라도 국민이 지적하는 것은 물리적 이동 아닌 공감”이라며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김기흥 부대변인도 “(먹방 유튜브에서) 1380만 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책임감이나 화마에서 고립된 채 사투를 벌인 실종 소방관에 대한 걱정을 이 지사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서 “재난 현장에 이 지사가 항상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재난 상황보다 먹방 유튜브가 먼저였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쿠팡 화재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에 대한 비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사의 대선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도 빗발쳤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도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전 국민이 그 참혹한 소식을 들으며 애태울 때, 도지사가 멀리 마산에서 떡볶이 먹으며 키들거리는 장면은 사이코패스 공포영화처럼 소름 끼친다”며 “긴말 필요 없고, 정상인 범위를 이렇게 벗어난 사람이 공직에 있는 것을 참아줄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 경기도지사건, 대선후보건 모두 당장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름 없는 소방관들이 그렇게 목숨을 걸고 구조 활동을 벌일 때, 경기도 최고 책임자인 이재명 지사는 무얼 하고 있었나. 황교익씨와 창원까지 내려가 떡볶이 먹방을 찍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정크푸드 같은 분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온 나라를 헤집어 놓고 다니다니,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까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비난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역시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는 국민 안전에 문제가 생겨도, 소방관이 위험해도 하고 싶으면 유튜브를 합니다”라며 “양심이 있으면 대선후보는 물론 지사직도 사퇴하라”고 꼬집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