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장기 미제 사건인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의자가 사건 발생 22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제주경찰청은 캄보디아에서 불법 체류 중이던 폭력조직원 김모(55)씨를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50분쯤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44세였던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로 재임하다 고향 제주도로 내려와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이었다.
발견 당시 이 변호사는 가슴과 배 등을 날카로운 예기에 찔려 피를 많이 흘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이 든 지갑은 현장에 남아있었고, 경찰은 살해를 목적으로 한 살인 사건으로 판단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의 석연치 않은 죽음은 당시 언론과 여론의 유례 없는 주목을 끌었다.
제주경찰청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단서 확보가 어려웠다. 2014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김씨의 인터뷰가 보도되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던 김씨는 인터뷰에서 본인이 당시 자신이 속해있던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인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두목은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했으나 자신의 말을 듣고 범행에 나선 갈매기가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김씨가 사건 당시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는 점에서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씨가 실제 살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 살해를 지시했다는 유탁파 두목과 살인을 실행했다는 갈매기는 이미 사망했다.
제주 경찰은 방송이 나간 이후 지난해 7월 1일자로 김씨를 이 변호사 살인교사 혐의로 입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강경남 제주경찰청 강력계장은 20일 브리핑에서 “김씨가 직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배후설, 배후의 동기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용의자가 해외에 체류한 기간은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판단, 지난 4월 체포 영장을 발부 받고 김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
캄보디아에 머물던 김씨는 지난 6월 23일 현지에서 차량 이동 중 경찰에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됐다. 8월 5일 추방이 결정돼 한국 송환 절차가 진행됐고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제주로 압송됐다.
이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김씨가 유력 용의자로 수사 받은 적은 없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