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인근서 “폭탄물 터트리겠다” 페북 생중계한 남성

입력 2021-08-20 11:21
플로이드 레이 로즈베리(49)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인근에 트럭을 주차한 뒤 폭발물을 소지했다고 주장하며 페이스북 생중계를 진행했다. 로즈베리는 5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됐다. 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폭발물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40대 남성이 경찰과 5시간가량 대치하다 체포됐다. 이로 인해 인근 의회도서관과 일부 하원 사무실, 연방대법원에 대피령이 내려져 직원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오전 9시15분쯤 플로이드 레이 로즈베리(49)라는 이름의 남성이 검은색 픽업 트럭을 몰고 와 의회도서관 앞 인도에 주차했다.

로즈베리는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자신의 차에 폭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폭장치처럼 보이는 물건을 보여줬다.

당국은 인근에 대피령을 내리고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을 투입해 로즈베리가 순순히 차량에서 내리도록 설득에 나섰다. 결국 그는 약 5시간 만인 오후 2시30분쯤 스스로 차에서 내렸고 구금됐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의회 도서관 앞 노변에 픽업 트럭을 세우고 폭발물을 소지했다고 주장하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토머스 맹거 의회 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로즈베리는 큰 저항 없이 항복했다”며 “그의 차량에 폭탄은 없었다. 다만 폭발물 제조에 쓰이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로즈베리의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고,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즈베리는 트럭 안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30분가량 생중계했다. 그는 “오늘 여기서 혁명이 시작된다”면서 “나는 대의를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가 장착된 금속 용기를 보여주며 폭탄이라고 주장했다.

로즈베리는 자신이 타고 있는 트럭 유리창이 총알 등에 의해 파손되면 트럭이 폭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른 차에 4명의 ‘애국자’들이 있다며 다른 차량도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내가 그들의 발언권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그의 프로필을 삭제하고 해당 영상을 비활성화시켰다.

로즈베리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8년 전에 이혼한 크리스털 로즈베리는 현지 언론을 통해 그가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과거에 자신을 총기로 수차례 위협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원으로 평소 페이스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시물과 영상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의회는 지난 1월 6일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 난입 사태로 벌어지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월엔 한 남성이 의회로 돌진하며 건물 밖의 바리케이드를 차로 들이받았고 저지하는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