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폭등으로 덩달아 상승해온 부동산 공인중개 수수료가 대폭 낮아진다. 시가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부담해야 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현행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줄고, 6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도 수수료가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반값’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구간별 중개 수수료 인하다. 중개 보수는 부동산 거래 가격에 비례하는 만큼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해왔는데, 이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성인 24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3%가 현행 중개보수가 과하다고 답했다.
우선 매매 거래의 경우 2억원 미만 거래 요율은 변하지 않는다. 거래 비중이 증가한 6억~9억원 거래는 현행 0.5%에서 0.4%로 내린다. 매매가 6억원 이상 거래 비중이 2015년 6.3%에서 지난해 14.1%로 배 이상 증가한 데에 따른 조치다.
수수료율이 0.9%로 통일돼있던 9억~15억원 구간은 세 구간으로 분할된다.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임대차 거래는 1억원 미만 거래까지는 수수료율이 그대로다. 거래량이 늘어난 3억원 이상 거래의 수수료율이 주로 조정됐다. 3억~6억원은 0.4%에서 0.3%로 줄어든다. 0.8% 수수료율이 일괄 적용되던 6억~15억원 구간은 세 구간으로 분할된다. 6억~12억은 0.4%, 12억~15억은 0.5%, 15억원 이상은 0.6%로 조정된다. 이 같은 조치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매매 6억·임대차 3억 거래를 기준으로 요율이 높아져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빈번했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에는 8억9000만원 매매 거래를 할 때 수수료는 445만원인 반면 그보다 1000만원 높은 9억원짜리 거래를 체결하면 수수료가 두 배 수준인 810만원까지 올라갔었다.
6억~9억원 구간에서 임대차 거래 수수료가 매매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이번 조치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8억원짜리 거래를 할 때 매매 거래는 수수료가 400만원이었던 반면 임대차 거래 수수료는 640만원에 달했다.
그 외에는 중개사고 발생 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공인중개사의 책임보장한도(중개사협회 공제금)를 개인의 경우 연 1억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고, 법인은 연 2억에서 4억으로 올린다. 공제금에 대한 지급 청구권 소멸시효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고, 민원상담창구, 민관 협동 분쟁조정위원회 등도 도입될 전망이다.
공인중개사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특히 매년 2만명(누적 46만6000명) 수준으로 쏟아져나오는 신규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를 조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시장 수요를 고려해 중개사 합격 인원을 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 시험 난이도를 올리거나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공인중개사 시험은 전부 객관식에 매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만 맞으면 합격할 수 있는데 상대평가 제도가 도입되면 합격선이 상당히 올라갈 전망이다.
다만 수익 감소를 우려한 상당수 공인중개사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현 공인중개사협회장은 “중개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협회와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 일방적인 중개보수 인하를 추진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앞으로도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국적인 대정부 투쟁을 예고해온 만큼 정부와 공인중개 업계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