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사퇴’에 이재명 “보은인사 아니다…억울한 심정 이해”

입력 2021-08-20 10:42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에 오른 황교익씨의 사퇴에 대해 “황 선생님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 사퇴에도 이 지사는 “보은인사일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이 지사는 네거티브 과열과 관련해 “경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그분에게 은혜를 입은 일도 없으니 보은인사일 수 없다”며 “인사는 친소관계가 아니라 역량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도 명백한 전문성을 부인 당하고, 친일파로 공격당하며, 친분에 의한 ‘내정’으로 매도당한 황선생님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적었다. 이어 “관피아를 막기 위해 2018년에 바꾼 공채규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공정한 공모절차를 거쳐 추천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선정 절차의 정당성에 문제 없음을 항변한 것으로 읽힌다.

이 지사는 또 “정치인도 아니고 그저 한명의 시민일 뿐인데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끌려 들어와 전문가로서는 생명과 같은 평판에 치명적 손상을 입고, 역량과 비전에 대해 예정된 검증기회도 갖지 못한채 우리모두를 위해 후보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그러나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인으로서 기여하고자 했던 한 시민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삶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 참담한 상황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황 선생님께 죄송하고 안타깝다는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황씨에 대한 미안함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이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 지사는 황씨가 비난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사과드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소모적인 네거티브로 우리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저부터 경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 등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자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전 대표 캠프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황씨를 공격했고, 황씨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반격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이 단순 인사 논란을 넘어 캠프 간 공방전으로 비화되자 이 지사 측에서도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 페이스북. 황씨 페이스북 캡처

결국 황씨는 이날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내놓겠다”면서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후보직에서 하차했다. 지난 13일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일주일만이다.

그는 “이미 경기관광공사 직원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듯하다”면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황씨는 자신과 관련된 논란의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렸다. 그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신나게 일할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