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인권 존중을 공개 천명한 것과 달리 현장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과 위협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다.
19일 트위터 등 SNS에서 ‘아프간 여성(Afghanistan women)’으로 검색하면 여성들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동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동영상 속 여성 네 명은 각자 글자가 적힌 종이 한 장씩 들고 사람들을 향해 섰다. 이들 바로 앞에는 총을 든 탈레반 대원이 서성이고, 카메라가 방향을 돌리니 여성들 맞은편 차량에 총을 든 남성 여러 명이 보인다. 여성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외친다.
게시물 작성자는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 여성들이 첫 시위에 나서 정치·사회적 권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트위터의 또 다른 동영상을 보면 거리 시위에 나선 여성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아프간의 독립기념일인 이날, 카불에서 여성들이 독립기념일 축하 행렬에 섞여 소리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남성과 소년은 물론 여성과 소녀들이 함께 아프간 국기를 들고 카불 거리로 나섰고, 탈레반 대원들이 이들에게 총을 겨누긴 했지만 무력 충돌 없이 지나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장악 후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탈레반이 여성들만 골라내 위협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단 증언도 잇따랐다.
또 다른 동영상은 이달 초 탈레반이 각주의 주도로 진군할 당시, 아프간 서부 헤라트의 여성들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무기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을 담았다. 안타깝게도 헤라트는 순식간에 탈레반의 손으로 넘어갔고, 탈레반은 곧바로 헤라트의 대학 정문을 지키며 여학생들과 강사들의 캠퍼스 출입을 막았다.
탈레반이 순식간에 정권을 집어삼키면서, 최초의 여성 교육부 장관과 여성 시장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랑기나 하미디 교육부 장관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정권 이양을 선언하고, 대통령이 달아났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직원들을 달랬다. 아프간의 최연소 시장이자,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 역시 지난 15일 “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의 번영을 위해 이곳을 떠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 나는 조국과 평화, 국민, 심지어 고난과 고통까지 모두 사랑한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