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살포된 돈이 이끈 ‘대(大)투자의 시대’가 일단락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내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중 유동성 회수 신호가 연이어 나오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자산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대부분은 “경제가 예상대로 ‘폭넓게 진전(evolve broadly)’될 경우 올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평균 2%)를 달성하고 있고, 고용 증가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긴축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소식에 이날 다우존스(-1.08%)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07%) 등 뉴욕 지수가 줄줄이 하락했다.
테이퍼링과 관련, 증권가에선 연준이 당장 다음 달에 테이퍼링의 대략적 내용을 제시하고, 올해 안에 테이퍼링 개시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기 테이퍼링 우려에 최근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거래일 연속 팔아치우며 19일 코스피지수는 4개월 만에 3100선이 무너졌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요국 중앙은행 자산 증가율은 둔화에 접어들었고,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느려진 것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는 위험 자산 기피 심리를 촉발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두 달 새 무려 40원 이상 급등했다. 이달 들어 환율 변동폭은 평균 4.6원인데, 13개월 만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달(4.3원)보다 높은 상황이다. 원화 약세는 환차손을 보게 되는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심상치 않은 금융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던 ‘투자 열풍’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각종 악재로 당분간 주가시장이 하향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올초 매수세가 집중된 암호화폐도 지나치게 큰 변동성과 긴축 분위기로 인해 상승 동력이 뚝 떨어진 상태다. 안전자산인 부동산의 경우 집값이 좀처럼 안정화되지 않으면서 평범한 투자자들은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됐다.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시중 금리가 꿈틀거리고, 당국의 대출 규제는 강화 추세여서 ‘빚투(빚 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의 행태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재테크를 본격 시작한 직장인 김모(29)씨는 “주식은 삼성전자에 물려있고, 이미 부동산은 포기한 지 오래라 앞으로 자산 증식을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