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감금살인’ 20대 남성들 첫 재판 “보복은 아냐”

입력 2021-08-19 17:37
연남동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 피의자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동창생을 감금하고 학대하며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들이 첫 공판에서 보복 살인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인정했다.

19일 서울서부지검 형사합의12부(재판장 안동범)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의 가중처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씨와 안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다른 동창생 차씨도 불구속기소 돼 법정에 출석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폐렴과 영양실조”라며 “직접적 외상과는 연관이 없다”고 보복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피해자의 사망이 우려돼 피해자의 상태를 인터넷에 검색하고 112에 신고했다”며 살인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했다.

안씨 측 변호인 역시 “살인 계획 목적이 없고 고의가 없었다”며 특가법상 보복 목적 살인죄와 보복 감금죄, 중감금치사죄는 부인했고 나머지 공소 사실은 자백하고 인정했다. 차씨 역시 영리약취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피고인측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의 심리 상태, 범죄 성향 등 양형 조사를 신청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8일 오후에 열린다.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안모·김모 씨가 22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씨와 안씨는 지난 3월 박씨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로 데려가 감금한 뒤 폭행 및 가혹 행위를 저질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에서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허위 채무 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박씨를 협박 및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에 이들을 상해죄로 고소했고, 이후 김씨와 안씨는 지난 3월 31일 대구에 있던 박씨를 서울로 납치해 데려온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차씨는 박씨의 외출 시간을 김씨와 안씨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김씨와 안씨는 박씨에게 고소 취하를 강요하며 허위 진술을 하도록 협박하는가 하면 금품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신체를 결박하거나 음식을 주지 않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히다 건강이 악화돼 쓰러진 피해자를 화장실에 가둔 채 알몸에 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가해 박씨를 폐렴 및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안씨의 신고로 지난 6월 13일 오전 6시쯤 숨진 박씨를 발견하고 김씨와 안씨를 긴급체포했다. 발견당시 숨진 박씨의 몸무게는 34kg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안씨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보복 살인’을 부인하는 이유는 그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형법상 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의 수위가 올라간다.

대법원 양형기준 상 보복살인은 ‘비난 동기 살인’으로 분류돼 기본 15~20년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고 가중 처벌 시 18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이상도 받을 수 있다.

윤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