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리스크에…안민석 “굉장한 부담”, 황씨는 “경기도 일”

입력 2021-08-19 16:54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거취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황씨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재명캠프 내부에서 조차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서 용단이 필요하다”며 황씨의 자진 사퇴 요구가 처음으로 분출했다.

이재명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19일 BBS 라디오를 통해 “황교익 리스크는 이 지사에게 굉장히 부담되고, 예기치 않은 대형 악재로 보인다. 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서 용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30일 (황씨의)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제가 이 지사라면 임명 철회를 결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씨는 안 의원의 자진사퇴 요구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YTN 방송에서 “내가 자진사퇴를 해야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의 일이 있고, 지방의회에서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이 있다. 이 일은 경기도 의원들의 일”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자진사퇴’ 이런 말들 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 권력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황씨가 다른 대선캠프 등을 향해 원색적 비판을 쏟아내면서 이재명캠프 내에서도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의원은 “황씨 문제로 이 정도까지 일이 커지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고, 안 의원은 “황씨의 ‘이낙연 정치 생명 끊겠다’는 발언으로 상황이 종료됐다. 수류탄이 아니라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황씨의 ‘보은 인사’ 논란 당시만 해도 캠프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황씨가 강경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자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황씨를 향해 “저희 캠프 책임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본다”며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 황씨는 “제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 생명’ ‘연미복’ 등을 운운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해찬 전 대표도 황씨에게 “너그럽게 마음 푸시고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황씨에 대한 논란에 즉답을 피하며 캠프 내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방문 직후 황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해야 되나요? 안 하고 싶은데”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이재명캠프 박성준 대변인은 “캠프에서 특별히 얘기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이 지사가)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여러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