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대표적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가 내우외환이다. 광주·곡성 공장의 잇따른 점거농성에 천문학적 금액의 통상임금 파기환송심까지 악재가 겹쳐 첩첩산중이다.
임·단협이 결렬돼 사측과 대립 중인 금호타이어 노조는 19일 곡성공장 크릴룸 점거농성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상무집행위 소속 간부 40여명의 파업을 시작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였다.
앞서 곡성공장 정문봉쇄를 시작한 노조는 17일 광주공장 크릴룸, 14일 서울사무소에서도 점거농성에 들어가는 등 강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크릴룸은 고무를 압출해 타이어 모양을 만드는 핵심 공정으로 장시간 가동되지 않으면 전체 공장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 광주공장의 경우 크릴룸 공정 재고 소진에 따라 공장가동 중단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 지난달 도출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1.6% 반대로 부결되자 ‘총파업’ 경고와 함께 사측에 수정안 제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달 25일 임금동결, 고용안정·미래비전 제시, 광주공장 이전, 250억원을 출연한 우리사주 분배, 하계휴가비 20만원 인상 등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올해 상반기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점 등을 고려하면 수정 요구안은 경영 상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이라며 “사측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잠정 합의한 광주공장 이전을 전면 보류하고 전기차 전용 타이어 생산라인도 가동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른바 ‘생산중단 타격투쟁’을 확대하고 전면파업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중국 더블스타 매각 과정에서 반납한 상여금 환원 등 쟁점에 관한 수정안을 사측이 조속히 제시하지 않으면 평택공장에서도 파업과 투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와 전남 곡성, 경기도 평택 등 국내 3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에 사측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반덤핑 관세 부과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노조는 불법 점거농성을 즉각 중단하고 성실하게 노사협상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사 양측은 여름휴가가 마무리된 지난 11일 제15차 본교섭을 곧바로 재개한데 이어 14일 노사대표 면담에 나섰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기에 18일 광주고법에서 처음 열린 수천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파기환송심도 금호타이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전·현직 근로자들은 지난 2013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되는데 사측이 이를 제외하고 산정해 수당 등 미지급 임금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 2심은 과도한 임금지급으로 기업 존립이 위태롭다는 회사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3월 연 매출이 2조원을 넘는 점과 당기 순이익, 부채 현황을 볼 때 임금 지급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2심을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환송을 결정했다.
금호타이어는 만일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3000여명의 근로자에게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게 된다면 2133억원의 악성 채무가 추가돼 감당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났지만 2015~2020년 당기순이익이 -5200억여원에 달할 만큼 경영위기가 심각한 시점에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모처럼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한달새 다시 1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노조와 대화를 재개해 접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