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자리 빼앗아” 카불 여행간 英대학생 수송기서 셀카

입력 2021-08-19 11:16 수정 2021-08-19 13:23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에 가보고 싶었다”며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여행을 갔던 영국 대학생 마일스 로틀리지(21)가 17일(현지시간) 영국 군용기를 타고 무사히 탈출했다. 로틀리지는 이 과정에서 피난길에 오른 아프간인들 사이에서 셀카를 찍는 등 철없는 행동을 해 비판받고 있다.

영국 러프버러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로틀리지는 지난 13일 아프간 카불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고립됐다. 그는 유엔 안전가옥으로 피신한 뒤 SNS를 통해 “주아프간 영국대사관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면서 “죽음을 각오했다. 나는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결국 신이 나를 보호할 것”이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로틀리지는 구글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를 검색한 뒤 카불을 여행 장소로 정했다고 한다.

영국 시민들 사이에서 로틀리지의 생사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로틀리지는 17일 SNS에 군용기를 타고 탈출하고 있는 모습을 올리며 “이제 두바이에 도착했다. 훌륭한 영국군에 감사를 드린다”고 소식을 전했다.

영국 대학생 마일스 로틀리지가 아프칸 카불을 탈출하며 촬영한 영상. 페이스북 캡처

로틀리지가 촬영한 영상 속에선 탈레반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아프간인들이 빽빽이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심지어 그는 이 영상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틀리지가 난민 틈에 끼어 함께 탈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인들은 분노했다. 로틀리지가 탄 자리에는 아프간 여성이나 어린이 등 약자가 탔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군은 지금까지 카불에서 아프간인을 포함 370여명을 탈출시켰다.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아프간 난민 5000명을 수용할 예정이며 향후 5년간 총 2만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특히 탈레반 치하에서 고통받을 여성과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