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던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이클 경기장에 있었다

입력 2021-08-19 10:49 수정 2021-08-19 14:54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9일 “도쿄올림픽 사이클 남자 도로 경기에서 욱일기 응원이 포착됐다”며 그 장면이 게재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영상 화면을 공개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등장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제보를 받고 이 사실을 확인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항의했다.

서 교수는 19일 “도쿄올림픽 사이클 남자 도로 경기에서 욱일기를 활용한 응원이 목격됐다. 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관련 영상을 확인했다”며 “IOC는 올림픽에서 욱일기 응원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 교수는 그 증거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찾은 영상 사진도 공개했다.

도쿄올림픽 사이클 남자부 도로 경기는 지난달 24일과 28일 일본 시즈오카현 순토군 오야마초 일대에 조성된 후지 국제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도쿄도에 인접한 산악지역으로 2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킷이다. 광범위하게 설치된 실외경기장이지만 도쿄올림픽 기간 중 IOC로부터 올림픽 시설로 지정된 곳이다.

서 교수가 공개한 사진에서 욱일기는 트랙을 질주하는 선수들을 향해 누군가가 휘날리는 장면으로 포착됐다. IOC는 올림픽 헌장 50조 2항에 ‘올림픽 시설에서 어떤 형태의 시위나 정치·종교·인종적 선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8일 일본 도쿄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 컨퍼런스 홀에서 개최한 도쿄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욱일기가 경기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스포츠 외교의 성과를 말한다면 욱일기를 올림픽 시설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문서를 IOC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욱일기는 결국 한국의 시야를 조금 벗어난 곳에 등장한 상태였다.

서 교수는 “진상조사를 통해 다시는 올림픽에서 욱일기 응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며 바흐 위원장과 IOC 위원 전원에게 항의 메일을 발송했다. 서 교수는 “24일부터 도쿄패럴림픽이 시작된다. 욱일기 응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단체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