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배달라이더 상해보험료 전액지원…10월부터 적용

입력 2021-08-19 11:15

배달라이더 A씨는 콜을 받고 픽업을 가던 중 뉴턴차량을 피하려다 넘어져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보험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병원치료비 등을 직접 부담해야 했고 한 달여간 배달 일을 못해 수입마저 끊긴 상태다. 배달 일을 하는 B씨는 최근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사업주가 가입신청을 해야 하고 일반 산재보험과 달리 보험료도 사업주-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해야 했다. 그마저도 전속성 기준을 충족해야 가입이 가능한데 여러 업체 콜을 받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배달노동자들은 사실상 가입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주문 수요가 늘면서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도 증가하고 있지만 배달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서울시는 배달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확보와 건강권 보호를 위해 민간단체상해보험 보험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되는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 상해보험’은 보험계약자인 서울시가 피보험자인 배달노동자 보험료를 전액 납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시가 가입한 민간보험사에서 배달노동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9월 중 민간보험사를 선정해 보장범위를 확정하고 10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지역배달 대행업체 배달노동자 1016명을 조사한 결과 배달노동자 75.2%가 배달일을 하면서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치료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종합보험’에 가입한 배달노동자는 36.8%(374명)에 불과했다. 배달라이더가 직접 민간상해보험을 가입할 수는 있지만 이륜차 특성상 높은 사고율과 손해율로 상품가입 자체가 까다롭고, 가입이 가능해도 고가의 보험료 부담으로 실제 가입률은 저조한 편이다. 조사결과에서도 보험가입(종합보험)을 하지 않은 이유로 배달노동자 10명 중 7명(71.6%)이 보험료가 비싸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지난 7월부터는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42.9%만 산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가입 이유는 ‘산재보험에 대해 잘 몰라서’(33.8%)가 가장 많았고 ‘산재보험료 부담때문에(24.5%)’ ‘배달지사가 가입을 꺼려해서(17.9%)’ ‘전속성 요건 미충족’(7.4%) 등의 이유였다. ‘전속성’이란 하나의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듯 배달라이더들의 종합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 보니 실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치료비 등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고를 당한 배달라이더 조사 결과를 보면 ‘본인치료비’는 보험처리(51.1%), 자비 부담(21.2%), 치료받지 못함(16.9%), 산재보험으로 처리(10.7%)했다고 답했다. ‘본인 오토바이 등 수리비’는 보험처리(50.4%), 현금(29.7%), 수리하지 못함(19.9%)으로 조사됐다. ‘상대방에 대한 배상’은 보험처리가 80.3%, 본인 직접 부담이 1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책임보험만 가입하더라도 피해상대방에 대한 손해를 보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번에 추진하는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상해보험 지원 대상은 만 16세 이상 이륜차 배달종사자로 연령, 성별 등을 사전에 특정하지 않고 서울 내 배달업무 중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혜 폭을 넓혔다. 배송을 목적으로 이륜차(오토바이크,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유상운송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장된다.

주요 보장내역은 배달 업무 중 사고로 인한 사망, 후유장해, 골절진단 및 치료비 등이다. 정확한 보장내역과 범위는 민간시행사 선정 후 10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보험금 청구는 청구사유 발생 시 피보험자(피해자) 또는 법정상속인이 보험기관이 정한 청구서 및 구비서류를 갖춰 보험기관에 청구하면 된다. 서울시는 19일부터 상해보험시행사를 공개모집한다. 민간손해보험사가 모집대상이며, 총예산은 연간 25억원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