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코로나19 유행 속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민주노총 반발로 무산됐다. 양 위원장은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구속 수사는 부당하다고 항변하며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 수사관 10여명은 양 위원장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던 18일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 건물 앞을 찾아 구속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은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협조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변호인은 “2013년에도 경찰이 민주노총 건물에 침입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다른 건물 입주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집행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1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충돌 우려 때문이다. 당초 경찰은 양 위원장이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가 구속영장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재집행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경찰은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양 위원장의 의사를 분명히 확인한 만큼 강제 집행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사태의 책임을 경찰과 정부에 돌리며 수사에 협조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법 위반 사실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무조건 구속 수사하겠다는 상황이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달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해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로 지난 13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 위원장은 이날 5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1일 영장실질심사를 거부한 데 이어 향후 모든 사법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표했었다. 법원은 양 위원장이 불참하자 서면심리를 진행해 영장을 발부했다.
양 위원장은 경우에 따라선 영장 집행에 협조하겠다면서도 공을 정부에 넘겼다. 그는 “정부가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 (나의) 신변 문제를 판단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현안을 두고 대화에 나선다면 구속 수사에 응하겠다는 뜻이다.
양 위원장은 오는 10월 총파업 강행 방침도 재차 밝혔다. 그는 “다음 주 월요일(23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통해 총파업 투쟁을 확정하겠다”며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규모 있고 위력적인 투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투쟁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영장실질심사에 출두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