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 딸의 ‘아빠 찬스’… “뉴욕에서 호화 생활”

입력 2021-08-18 17:18 수정 2021-08-18 17:21
수도 카불 함락 직전 국외 도피한 가니 아프간 대통령. AFP연합뉴스

탈레반을 피해 돈다발을 들고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딸이 미국에서 예술가로 화려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이 새롭게 부각됐다.

뉴욕포스트는 17일(현지시간) “42세의 시각예술가이자 영화제작자인 매리엄 가니는 브루클린의 다락방에서 보헤미안적 생활을 즐기고 있다”며 “그곳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여성과 소녀들을 가혹하게 지배하는 것과 더할 나위 없이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포스트는 뉴욕 브루클린 클린턴힐에 있는 매리엄의 아파트를 찾아가 문밖에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매리엄은 문을열었지만 질문에 답하기는 거부했다고 한다. 아파트가 들어선 고급 협동조합건물 주변은 조용하고 녹음이 우거진 동네로 인근에는 활기 넘치는 레스토랑들이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매리엄은 아프간이 탈레반에 넘어간 뒤인 전날 인스타그램에 “화나고 비통하다”며 “아프간에 남겨진 가족과 친구, 동료가 몹시 걱정된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 대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열렬히 일하고 있다”며 모두가 아프간 난민과 예술가 돕기에 나서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측근들과 해외로 도피한 아버지 가니 대통령이나 어머니(영부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니는 지난 12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위하자마자 차량 4대 분량의 현금을 헬리콥터에 싣고 아프간을 떠났다. 그는 대통령궁을 빠져나갈 때 “국방부에 회의하러 간다”고 속였다고 전 아프간 대변인은 전했다.

매리엄은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메릴랜드 교외에서 자랐다. 뉴욕대와 비주얼아트스쿨(SVA)을 졸업한 그는 예술가와 교육자로 경력을 쌓았다. 뉴욕 구겐하임과 모마(MOMA·현대미술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을 비롯한 유명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했다. 2018년에는 미 버몬트주 베닝턴대학 교수진에 합류했다. ‘우리가 미완으로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는 현재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공산주의 시절(1978~91년) 아프간에 관한 작품이다.

매리엄은 2015년 2월 자신의 작품에 관한 뉴욕타임스(NYT) 기사에서 아버지에 대해 “언제나 놀랄 만한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가니는 2014년 9월 아프간 대통령에 취임했다. 외국 지도자의 딸이라는 사실에 대해 “예술계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페미니스트, 기록자, 활동가’로 소개됐다.

신문은 “아프간 여성들은 억압적인 탈레반의 통치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반면 망명한 아프간 대통령의 딸은 뉴욕에서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다”며 상반된 처지를 대조시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