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1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으로 귀환했다. 새 정권 출범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바라다르가 이날 오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전용기로 공항에 도착한 뒤 흰색 SUV 차량 십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칸다하르 시내를 가로질러 수도 카불로 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길거리에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탈레반 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바라다르가 탄 차량이 지나가자 손을 들어 충성을 표했다고 전했다.
1968년생으로 알려진 바라다르는 1994년 탈레반을 창시한 4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소련과 전쟁 당시 활약했으며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다양한 고위직을 맡았다. 이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이 몰락하자 파키스탄으로 몸을 숨겼지만, 2010년 카라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과 파키스탄군의 합동작전에 의해 붙잡혔다. 그는 8년간의 옥살이 후 2018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파키스탄 감옥에서 석방됐다. 미 공영방송 NPR은 이를 두고 “탈레반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유화적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이후 바라다르는 탈레반 지도자로서 외교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대표단을 이끌고 아프간 정부, 미국 정부와 각각 평화 협상을 벌여왔다. 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으며, 지난달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만나기도 했다.
AP통신은 바라다르의 아프간 입국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로부터 정권을 인수하는 공식적 행사를 치른 뒤 새 통치 체제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바라다르 입국이 이런 절차의 첫 단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