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중국에선 대만을 향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것처럼 언제든 대만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만의 밀착을 경계하고 있다.
18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11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였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H-6K 전략 폭격기 2대를 비롯해 J-16 전투기 6대, KJ-500 조기경보기 1대, Y-8 교란기 1대, Y-8 대잠기 1대가 동원됐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는 이날 대만 인근 해역과 공역에서 실전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훈련이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도발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이 동부전구 대변인은 “최근 미국과 대만이 잇따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중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 안보에 최대 위험 요소가 됐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이 오는 12월 개최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이 밀착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때마다 대규모 무력 시위를 통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및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포함됐을 때 중국군은 28대의 군용기를 대만 ADIZ에 띄워 역대 최대 규모의 무력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미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이 지난 16일(현지시간) SNS에 “대만에 3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중 수교 전 대만에 주둔했던 미군 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매체들은 “선전 포고”라며 발끈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군 주둔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즉각 반분열을 시행하고 군사적 수단으로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파괴해 추방하는 동시에 무력 통일을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군이 대만에 주둔하는 건 미·중 수교 때 체결한 합의서와 양국간 모든 정치 문서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대만에 대한 군사 침공이자 점령”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제정된 중국의 반분열법 8조는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대만 분리를 야기하는 행동을 하거나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또 평화통일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비평화적 방식’과 다른 필요 조치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코닌 의원이 숫자를 착각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국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적 행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와 대만 당국의 즉각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