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 “MRO 기업 유치, 사천과 상생 가능”

입력 2021-08-18 16:00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취업준비생 선호 공기업 1위, 꾸준히 기록해온 1조원 안팎의 실적 등 평화롭기만 했던 인천공항이 개항 20년 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나아지는 듯했던 코로나19는 델타 변이란 복병을 만나 항공수요 회복이 요원해졌고, 이로 인한 8600억원 가량의 적자(예상)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국토교통부 관료 시절부터 ‘해결사’란 타이틀이 따라다녔던 김경욱(55·사진) 사장은 인천공항 사상 가장 추운 계절에 취임했다. 지난 2일부로 취임 6개월을 맞은 김 사장은 인천공항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 청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델타 변이 확산으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 하반기 전망은
“조직이 굉장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취임했는데, 취임 때 걱정했던 것보다는 조직이 빨리 안정됐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도 체결되고 코로나19가 극복되는 분위기였는데, 델타 변이란 복병을 만나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시나리오를 낙관 중간 비관 세 가지로 나눴는데, 낙관~중간 사이 실적을 예상했으나 중간~비관 사이의 실적이 될 것 같다. 여객 시나리오 역시 1674만명, 691만명, 316만명의 세 가지로 나눠 전망했다. 현재로선 백신 효과가 12월 이후에나 발생할 것으로 보여 연간 이용객 316만명 시나리오가 유력할 것으로 본다. 당분간은 수요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라 공항운영 필수 사업을 제외한 여타 사업의 축소 및 전사적 경상경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델타 변이가 진정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또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춘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면세점에 치중된 수익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수익 다변화 전략은
“인천공항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톱 공항의 하나로 성장했지만 밸런스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상업수익이 면세점에 집중돼있어서 다양한 분야의 개발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매출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그 중 하나고, 공항 내 MRO(항공기 정비)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국제여객 처리실적 기준 글로벌 톱10 국가 관문 공항 중 MRO 클러스터를 보유하지 않은 공항은 인천공항(세계 5위)이 유일하다. 최근 정부가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인천과 사천이 동반 상생하며 성장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먼저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인천공항에 MRO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사천시 반발이 크다.
“사천 지역에서 우려하는 건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에서 개조 화물기 1대를 유치하면 총 매출이 약 3500만달러로, 이중 국내 매출은 1000만달러로 예상된다. 그 중 500만~600만달러는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는 경남 사천 등에서, 400만~500만달러는 인천 등에서 발생해 국내 항공 MRO 산업의 윈-윈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사천 지역 MRO는 주로 저가항공사(LCC)가 소유하고 있는 소형항공기 중심이고, 인천공항은 대형기를 정비하는 외국의 MRO 업체를 유치할 거다. 여기서 정비하거나 개조하는 건 외국 항공사의 비행기가 될 것. 그렇기 때문에 인천에 MRO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사천의 성장 잠재력을 막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제약과 규제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에 건의하고픈 건
“공기업이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측면이 있다. 또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에 대한 예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국내사업을 평가할 땐 해당 사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편익과 비용의 크기를 비교하는 ‘사회적 타당성’을 살펴보는데, 이걸 해외사업에도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해외사업 진출 시 실기를 하지 않도록 간편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는 어떻게 되고 있나
“정규직화 대상이었던 9785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100% 완료됐다. 해당 직원들이 본사 또는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본사로 들어온 인원은 245명으로 소방대 위주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이 됐다. 아직 고용주가 본사가 돼야할지 자회사가 돼야할지 정리가 안된 보안검색요원 1902명에 대한 문제가 남았지만, 이 부분은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워낙 커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려고 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공항 카트노동자들의 경우 공사가 직접 채용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후속사업자가 고용을 100% 승계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한 만큼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속 협의하고 있다. 공항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계기로 자회사 자체의 전문성을 높이고 우수인력을 유치함으로써 기술을 축적할 수 있도록 여러 여건을 맞춰나가고 있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공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노조 반발도 있었다. 안착이 됐나
“올해 개항 20주년을 맞아 ‘新비전 2030+(플러스)’를 선포하면서 이걸 실현하는 데 적합한 구조로 바꾸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새로운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공항 운영 사업을 다시 바라보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조직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고, 중복 조직 통폐합 및 사장 직속에 있던 본부와 실을 부사장과 본부장 소속으로 분권화했다. 또 직원 역량 강화를 목표로 관리자뿐 아니라 실무자에 대해서도 교차인사를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려 한다. 사무직과 기술직 간 핵심보직의 교차인사를 확대하고, 일근과 교대 간에도 순환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젠더 형평성을 위해 그간 여성들이 배제돼있던 교대 근무에도 여성들을 과감히 섞어 배치하려 한다. 험한 일이라 인사 배치에서 제외하는 건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 본다. 단 휴게시설 및 교통편의 등을 먼저 정비한 뒤에 추진할 생각이다. 직원들의 능력 배양, 기회 균등, 준칙에 의한 인사를 추진하면 직원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따라와 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스카이72와의 1심에서 승소했지만 스카이72 측이 항소하면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1심에선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스카이72 측에서 항소를 해서 재판절차는 더 진행이 되겠지만 1심을 통해 옳고 그름이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카이72가 공공재산을 불법점유하고 있으니 이젠 행정당국이 나서 정리해주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 본다. 저희가 인천시에 스카이72의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를 요청했으나 이게 문화체육부를 거쳐 법제처까지 갔다. 1심 결론이 났으니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행정당국이 행정적으로 이 문제를 정리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 진출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년 임기는 채우고 싶다. 총선에는 한 번 더 도전할 생각이 있지만 임기와는 많이 겹치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