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장 수사 경찰… 일부 위법, 일부 적법 판단된 이유

입력 2021-08-18 15:19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이 게임장 주인에게 환전을 요구한 뒤 이를 적발하는 것은 함정수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경찰의 행동과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던 범행을 적발하는 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의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인천에서 게임장을 운영하는 A씨는 2015~2016년 손님이 게임 점수를 적립하면 이를 환전해주는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손님들끼리 게임점수를 사고파는 등 사행행위를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A씨 범행은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경찰은 손님으로 위장해 A씨에게 게임 점수 환전을 요구한 후 게임점수 10만점을 8만원으로 바꿨다.

재판에서는 경찰의 행위를 함정수사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범죄가 함정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환전하도록 만든 행위는 수사기관이 계략을 써 범의를 유발하게 해 검거한 것으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 기각은 공소 절차에 문제가 있을 때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은 경찰이 A씨에게 게임머니를 환전받고 이를 적발한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님 간 게임머니 거래를 방치한 혐의는 함정수사로 유발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다른 손님들과 게임 점수의 거래를 시도한 적은 없다”며 “이미 이뤄지고 있던 범행을 적발한 것에 불과하므로 함정수사에 기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