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도시 대구 명성 옛말…패션연 운영 중단 위기

입력 2021-08-18 11:44 수정 2021-08-18 13:44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대구시청 앞에서 패션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책위 제공

섬유도시로 불렸던 대구에서 섬유·패션 관련 연구기관이 운영 중단을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대구시와 지역 섬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 등이 설립(2010년)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이 만성적인 재정난 등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산자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출발한 패션연은 설립 당시 115억원이 투입됐고 설립 이후 2017년까지 산자부와 대구시로부터 연간 4억7000여만원의 운영비를 지원 받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국비보조금 일몰제가 적용돼 운영비 지원이 끊겼고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옛 한국패션센터) 운영권까지 박탈 당했다. 패션 업체들과 함께 추진하는 정부 사업 수주도 급감했다. 2017년 15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7억원에 그쳤다.

패션연은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 등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세금 미납 등의 문제로 단전, 통장 압류 조치 통보까지 받아야 했고 패션연 건물도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다. 패션연은 지자체 보조금 사업 비중이 크고 영세 소기업이 대다수인 패션·봉제업체 지원이 주요 업무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이에 패션연은 지난달 산자부와 대구시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대구시 등과 면담도 했다. 지난 17일에도 지역 노동계 등이 참여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대구시청 앞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구시와 산자부가 패션연 사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며 패션연 노·사, 관련 업계, 대구시, 산자부가 참여하는 노·사·민·정 태스크포스(TF) 즉각 구성을 촉구했다.

패션연 관계자는 “대구시와 산자부는 패션연의 고질적인 재정위기를 기관 내부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고 자구책만 강요하고 있다”며 “패션연의 문제는 정부 연구개발 중첩, 과도한 경쟁 구도 등 섬유 관련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패션연 사태로 패션연,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다이텍연구원 등 기능이 중복되는 대구지역 섬유 분야 기관들의 통폐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