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졌다?…탈레반 간부, 여성 앵커와 마주앉아 인터뷰

입력 2021-08-18 06:50 수정 2021-08-18 10:15
아프간 TV채널 톨로뉴스에서 여성 앵커(왼쪽)와 이야기 나누는 탈레반 간부. 톨로뉴스 화면 캡처, 연합뉴스

여성 인권 탄압을 자행해 온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TV 뉴스채널에서 여성 앵커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유력 뉴스채널인 톨로뉴스는 이날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와 탈레반 미디어팀 소속 간부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아르간드는 헤마드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상황에 관해 물었고, 헤마드는 “아프간의 진정한 통치자가 탈레반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 등 전국을 장악했고 아프간 정부는 그날 항복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이후 카불의 주요 방송사 등 언론사를 모두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날 영상은 탈레반의 의도에 따라 방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의 대표 사드 모흐세니는 트위터를 통해 “톨로뉴스와 탈레반이 역사를 다시 썼다”며 “2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자축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 인권을 가혹하게 제한했다. 당시 여성은 취업, 사회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외출도 제한됐다.

하지만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의 항복 선언 후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며 과거와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의 이런 ‘이미지 메이킹’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마자 온라인에서는 여성이 등장한 외벽 광고사진이 페인트로 지워지는 사진이 올라와 우려를 낳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