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가 친모 석모(48)씨의 ‘아이 바꿔치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이의 몸무게가 급격히 달라진 점, 식별 띠가 분리된 점, 모녀지간이라면 나올 수 없는 혈액형 검사 결과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17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김모(22)씨가 출산한 아이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해 김씨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석씨의 친모 여부에 대해 “유전자 검사 결과, 혈액형,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김씨가 양육한 여아는 피고인이 출산한 여아라는 사실, 친모라고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생아 혈액형검사 결과에 의하면 2018년 4월 2일 혈액 채취 전에 이미 피해자는 다른 여아와 바꿔치기 된 것으로 보인다”며 “혈액형 검사 결과 A형으로 나와 B형(BB type)인 김씨는 A형(AA 또는 AO type)인 신생아의 친모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8년 3월 30일 출생 직후 채워진 식별 띠가 4월 1일에는 빠진 채로 발견됐고 이는 그사이에 누군가가 식별 띠를 임의로 분리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몸무게 일일 변화량에 비춰보면 (바꿔치기는) 아이가 태어난 2018년 3월 30일부터 퇴원하는 4월 8일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3월 31일과 4월 1일에 측정한 몸무게 변화량은 0.225㎏으로 다른 날의 하루 변동 최대치인 0.06㎏보다 훨씬 크고 이는 전체 몸무게의 6.5%가 하루 만에 감소한 것이다”며 “이러한 몸무게 감소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서로 다른 사람의 몸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퇴원하면서 데려간 여아 배꼽에 배꼽폐색기가 달려있었고 떨어진 탯줄을 렌즈 케이스에 넣어 보관했는데 감정 결과 숨진 여아 유전자가 감정돼 김씨가 데려간 여아와 피고인이 낳은 여아가 동일인이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출산한) 산부인과의 운행 실태 등에 비춰 김씨와 함께 입원한 산모들은 누구나 횟수와 상관없이 신생아를 데려올 수 있고 야간에도 병원 밖에서 자유롭게 출입가능했다고 진술했다”며 “간호사는 수사기관에서 병원 구조상 신생아실 등에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석씨가 여아를 바꿔치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석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목격자 진술이나 범행 장면이 찍힌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나 석씨가 사망 여아 친모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는 이상 바꿔치기가 석씨에 의해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록 김씨 딸 행방을 알 수 없고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피고인이 출산한 점, 김씨가 출산한 여아와 바꿔치기된 점 등을 고려하면 약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할 것”이라며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당초 아동학대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숨진 3세 여아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씨가 유전자(DNA) 검사에서 친모로 밝혀지고 아이 바꿔치기 여부 등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 과학수사부가 각각 시행한 검사에서 모두 석씨가 숨진 여아 친모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석씨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고 따라서 아이들을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석씨 아이는 지난해 8월 초 김씨가 이사하면서 빈집에 방치해 같은 달 중순 숨졌고, 올해 2월 1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