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문제 제기에 황씨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공식대응을 자제하던 이재명 경기지사 측도 사실관계 바로잡기에 나서는 등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선언으로 잠시 휴전상태로 접어들었던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공방전이 ‘보은 인사’ 논란을 중심으로 재개될 조짐도 보인다.
이 전 대표 측과 황씨는 17일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따가운 설전을 주고 받았다. 이낙연 캠프 측 상임부위원장 신경민 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황씨에 대해 “이 분이 지금까지 해온 여러가지를 보면 일본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에 맞을 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황씨가 방송 등에서 일본 음식과 문화를 높게 평가했던 점을 비꼬아 공격한 것이다.
황씨는 이 전 대표 측의 이런 공격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일본 정치인과 회합에서 일본 정치인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곧장 이 전 대표를 공격했다. 일본 음식과 문화를 호평했다는 이유로 ‘친일’로 몰고 가는 이 전 대표 측 행태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낙연캠프 박래용 대변인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 단말마적 비명으로 들린다”는 논평을 내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황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에 대한 친일 프레임은 몇년 전 문재인정부 지지를 표명했을 때 일베에서 들고 나왔던 것”이라며 “아무리 경선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어떻게 문재인정부 총리를 지낸 사람이 일베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문재인정부를 지지했던 한 개인을 이렇게까지 공격할 수 있는지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진사퇴론 등에는 “도대체 내가 왜 사퇴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날선 설전이 오가면서 황씨 내정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서의 황씨의 전문성을 문제 삼고 있다. 황씨가 접경지대를 포함한 경기도의 관광사업 전반을 책임질 역량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이 지사와의 친분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이 전 대표 측 시각이다.
이 지사와 성남시장 시절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이 경기도에 채용된 경우까지 거론하며 이 지사의 인사 전반을 문제 삼을 태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두고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까지 소환하며 ‘경기도판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도 “이런 우려가 나올 걸 알면서도 내정을 강행한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논란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사 측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캠프는 ‘팩트체크’ 제목으로 장문의 논평을 내고, 이 전 대표 측의 문제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번 사장 공모절차 전에 완화된 지원기준은 이미 2018년 관피아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개정된 것이며, 황씨의 경력은 관광 및 홍보 분야에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 측 현근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임 도지사 시절 역대 경기관광공사 사장들이 대부분 관료 출신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관피아는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혁신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관피아의 시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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