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군 내부 성폭력… 인권위, 직접 조사나선다

입력 2021-08-17 17:16
상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신고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성 부사관 빈소가 마련된 대전 국군대전병원에 근조화환을 운반하는 차량이 정문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 연합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최근 군 내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피해자 보호 체계와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사건 기초조사, 유가족 면담, 군 성폭력 보호 매뉴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다. 인권위는 2017년 해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 이후 한 차례 재발 방지 관련 권고를 내린 바 있지만 다시 한번 실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한 인권침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군 내 성폭력을 개인 간의 문제로 보는 인식,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라며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 피해자 보호 체계 정상 작동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사건 해결을 넘어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및 조사본부,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군사경찰단을 비롯한 조사 관련 부서와 양성평등 관련 부서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해군 소속 A중사는 지난 5월 민간 식당에서 B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후 지난 9일 정식으로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사흘 만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군 소속 이모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두 달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