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아프간 첫 여성 패럴림픽 “도쿄행 비행기 못 타”

입력 2021-08-17 17:15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패럴림픽 출전 예정이었던 자키아 쿠다다디. 도쿄패럴림픽 홈페이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마비된 탓에 2020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의 참가가 결국 무산됐다.

리안 사디키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대표팀 단장은 17일(한국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선수 두 명이 카불에서 나오지 못해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카불의 물가가 폭등하고 공항이 마비돼 항공권을 구하지 못했다”고 도쿄패럴림픽 위원회에 불참을 통보한 배경을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번 대회에 여성 장애인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장애인 육상 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 등 총 2명의 선수를 파견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카불을 떠나 17일 도쿄에 도착할 계획이었지만, 탈출 인파가 몰린 카불 공항의 마비로 결국 출국길에 오르지 못했다.

이 중 쿠다다디는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였다. 그는 앞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는데, 장애가 있는 많은 여성에게 희망을 전달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희생과 지원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며 기뻐하던 그의 꿈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두 선수는 불과 지난주까지도 패럴림픽 출전 준비에 전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디키 단장은 “탈레반이 공격해오기 전까지 패럴림픽 국가대표 2명은 집 앞마당과 공원에서 훈련했다”며 “탈레반 정권에서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여성 선수의 패럴림픽 출전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과거로 회귀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쿠다다디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선수가 될 예정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으로, 이 나라 여성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됐을 텐데 결국 좌절됐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는 “탈레반 정권 탈환으로 선수들이 앞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하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여자선수들은 더 그렇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 처음 선수단을 파견했고, 탈레반 정부가 무너진 뒤인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대회부터는 계속 패럴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왔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