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이 배터리 원재료가 되는 금속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에 쓰이는 금속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기차 수요가 더욱 증가하면서 배터리 원재료를 확보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의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사와 니켈 가공품(MHP)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하반기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t, 코발트 7000t을 공급받게 된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약 130만대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호주 니켈, 코발트 제련기업인 QPM사에 약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7%를 인수하고 니켈, 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23년 말부터 10년 간 니켈 7만t, 코발트 7000t 공급처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t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순수 전기차 300만 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삼성SDI는 지분 투자 및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주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기차 제조업체도 배터리 금속 자체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 CATL은 지난 4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 광산 지분을 보유한 중국 기업에 출자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세계 최대 광산 업체인 BHP 그룹과 니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배터리 업체들이 원재료 자체 확보에 나서는 것은 원재료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생산 업체들과 장기 대량 구매계약을 맺으면 미래에 금속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미리 계약을 체결한 고정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금속 가격은 상승 추세에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날 기준 니켈의 가격은 1t당 1만9505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5715.69달러 올라 41.45%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코발트 가격은 5만2330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2만910달러 올라 66.55% 상승했다. 리튬 가격은 1㎏당 96위안으로 전년 평균 대비 58.70위안 올라 157.37%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수요도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향후 금속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리튬 수요는 지난해 대비 42배, 코발트는 21배, 니켈은 19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배터리 업체들의 자체 확보뿐 아니라 ‘사용후 배터리’에서 금속을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의 코발트, 니켈, 리튬, 흑연, 구리, 망간 알루미늄 등 원재료를 새로운 배터리 셀의 생산이나 관련 산업에 재활용하는 계약을 체결, 올해 말부터 재활용 프로세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