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여중사 사망에 또 軍 지휘관들 모였다…뒤늦게 “피해자 보호”

입력 2021-08-17 16:44

군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도 법률·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다.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의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뒤늦게 피해자 보호책 마련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17일 서욱 장관 주재로 긴급 지휘관 회의를 열고, 성폭력 사건 신고시스템 개선과 피해자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성추행 피해 해군 중사가 사망한 지 닷새 만에 열렸다.

군은 우선 ‘신고 전 피해자 지원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기관 신고로 인한 피해 사실 외부노출과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할 경우 신고 전에도 심리상담·의료 지원·법률 조언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군의 피해자 보호제도는 사실상 군 수사기관이 정식 신고를 접수한 뒤에야 작동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신고 전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방안은 포함돼있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망한 해군 중사는 5월 27일 성추행을 당했지만 인사 불이익을 우려해 정식 보고를 하지 않다가 8월 9일 마음을 바꿔 신고했다. 그제야 다른 부대로 전속되면서 75일 만에 가해자와 공간 분리가 이뤄졌다.

사망한 해군 중사는 피해 직후 주임상사에게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재발 방지를 요청했지만 보호를 받지 못해 2차 피해에 사실상 방치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자의 상관이 진급·고과점수와 ‘기무사 네트워크’를 거론하며 회유·압박 등 2차 가해를 했고, 이로 인해 해당 중사가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군 군사경찰은 이날 피해자의 상관 2명을 신고자 비밀보장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와 면담을 했던 소속 부대장 A중령과 성추행 사건 당일 피해자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던 B상사다. 다른 부대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 정황이 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