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임종헌, 재판부 기피신청… “재판장 판결, 고법도 불편했겠더라”

입력 2021-08-17 16:25 수정 2021-08-17 16:57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피신청서가 접수되는 대로 신청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2019년 6월에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따로 기피 사유를 상술하지 않겠다”면서도 “재판장이 대법원장에게 이 사건을 맡기 전 ‘제가 엄벌할게요’라고 했었다”며 기피 배경을 암시했다. 앞서 이 사건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된 대법원장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임 전 차장 측은 해당 보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재판장님 판결에 대해서 고등법원이 아주 불편했던 것 같다”며 재판부 구성이 같은 형사32부가 선고한 ‘사법농단 1호 유죄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는 지난 3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일부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전제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재판사무를 지적할 권한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최근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이 해석이 헌법상 재판 독립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와 임 전 차장 측은 서증조사 방식을 놓고도 부딪쳤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서증 전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주장했으나 재판장이 요지만 읽는 방식을 이어가는 등 불법적인 재판 진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