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가 17일 서울시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반발해 조합원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0일까지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대전·인천·광주 등 6개 지방자치단체 지하철 노조와 합동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그동안의 전례로 봤을때 이번 총파업 투표는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조합원 과반수가 파업에 찬성하더라도 바로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지도부에 파업시기 등을 일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공익사업장에는 필수인력을 투입하도록 돼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출퇴근 시간 배차 간격은 가급적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3일 서울교통공사 임단협 관련 쟁의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쟁의조정 중지 결정은 노사간 입장 차이가 현격해 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종료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쟁의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사간 가장 큰 쟁점은 구조조정이다. 사측은 서울시와 정부의 지원을 얻으려면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코로나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원만한 교섭에 걸림돌이 되는 구조조정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조1000억원이 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서울교통공사는 직원 1539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측에 요구한 ‘경영 효율화’ 방안의 일환이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교통요금 인상을 고려할 적기인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좋은 시점이 아니다”며 “(교통공사의) 경영합리화를 통해 해결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1539명은 공사 전체 직원 1만6792명의 9.2%에 해당한다. 사측은 일부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고 심야 연장 운행을 폐지하면 인원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는 적자의 근본적인 이유가 6년째 동결된 지하철 요금, 65세 이상 노인 등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지하철 환승 할인 등이라며 정부와 서울시의 추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공익서비스 비용 부담과 코로나19 재난으로 서울교통공사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서울시가 구조조정 자구책을 강요하는 것은 재정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처사이고, 시민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시민의 발, 서울 지하철이 안전운행과 교통복지 등 공공적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 노조는 “퇴직 대비, 장기 결원, 신설노선 연장 등 관련 충원은 지하철 정상운영을 위해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인력조정 등을 통한 비용절감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필요하며 인력 충원은 서울시 승인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임금 문제를 두고도 노사간 입장이 엇갈린다. 사측은 “재정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공사채 발행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임금체불 위기까지 우려된다”며 “정부 지침 변경이 없는 한 임금잠식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정부 임금지침조차도 지키지 못해 임금이 잠식되고 임금이 회수되는 등 상황이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서울지하철 파업을 강행할 경우 시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방역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