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청산리·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운동가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삶을 되돌아보는 특별전이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문을 연 광주 월곡고려인 문화관 1층 고려인 역사 상설전시관에서 홍 장군 유해가 광복절 76주년을 맞아 국내에 봉환한 것을 기념해 그의 생애를 기록한 사진과 청원서, 기사 등 30여 점의 다양한 자료를 전시 중이다.
31일까지 이어질 전시회에서는 재소 고려인 한글신문 ‘고려일보’에 실린 관련 기사와 본처·자녀가 일본군에 의해 숨진 홍 장군이 1929년 러시아 연해주 한카호수 인근에서 새 아내 이인복 등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고려일보는 1996년 5월 25일자 신문 기사에서 ‘홍 장군 묘역은 당초 5명 규모였으나 한국정부 및 알마띄 한인상사 등의 후원금 1만6500달러, 크즐오르다 현지 동포들의 자재 지원, 노동력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으로 총 110여 평 규모에 출입문, 진입로개설, 흉상의 좌대, 2개의 비석, 안내판 등을 새로 설치하고 울타리 및 보수 등을 새로이 단장하게 된 것이다’고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홍 장군 묘지를 후손들이 참배하거나 1942년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홍범도 장군’ 출연진 단체 사진, 1984년 홍 장군 흉상 제막식 사진 등도 포함됐다.
유일한 손녀 홍 예까쩨리나(1925년생_가 1994년 8월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중앙묘역 부장과 홍범도 재단에 “할아버지 유해를 대한민국으로 보내 달라”고 러시아어로 써 보낸 청원서도 눈길을 끈다.
리상희 평론가의 ‘홍범도 장군 동상 앞에서’라는 시가 실린 고려인 종합시집 ‘꽃피는 땅’ 책자와 연극 홍범도가 제작된 과정·배경을 러시아어로 정리한 ‘소비에트 고려극장’도 전시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 홍 장군은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최대 승전인 봉오동 전투를 이끌었다. 1920년 10월 청산리 전투에는 제1연대장으로 참전해 일본군을 몰살하는 데 공을 세웠다. 1922년에는 극동민족대회에 고려혁명군 대표자로 ‘레닌’과 회견하기도 했다.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로 카자흐스탄에 정착해 말년을 보냈다. 조국의 광복을 맞이하지 못한 채 세상을 뜬 홍 장군의 아들 2명 역시 1908년 항일전투에서 사망했다.
국내 최대의 고려인 집단촌인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제 강점기 연해주로 이주한 ‘카레 예츠’ 동포와 후손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현재 60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다.
이역만리에서 세상을 떠난지 78년 만에 지난 15일 특별기를 타고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 장군 유해는 국민추모기간’인 17일까지 일반인 참배를 거쳐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장식에서 건국훈장을 추서하고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유해 봉환에 대한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홍 장군 유해 봉환은 당초 지난해 추진됐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김병학 광주 고려인문화관장은 “광주 고려인 마을에는 홍 장군의 외손녀 김 알라 씨 등이 방문하기도 했다”며 “홍 장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고려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리는 특별전을 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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