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에 술잔 올리며 윤봉길?…尹 캠프 또 ‘역사인식’ 논란

입력 2021-08-17 06:55 수정 2021-08-17 09:53
윤석열 캠프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다시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캠프가 광복절을 맞아 페이스북에 윤봉길 의사의 글을 게재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영정이 등장하는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안에 있는 의열사를 찾아 참배했다. 의열사는 독립운동가 7인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참배 후 찍은 사진을 ‘윤석열 국민캠프’ 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와 함께 ‘너희들이 만약 장래에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조선에 용감한 투사가 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술잔을 부어 놓아라. 1932년 12월 19일 윤봉길 의사’라고 적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글과 함께 6장의 사진을 올렸다. 다만 윤봉길 의사가 아닌 안중근 의사 영정 앞에 술잔을 올리는 사진을 첫 사진으로 걸었다. 이후 위패를 바라보는 사진, 독립선언서 내용을 보는 모습, 김구 선생 영정, 묘소 참배, 방명록 작성 사진 등을 함께 올렸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혼동한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17일 현재 해당 사진은 윤봉길 의사 영정을 감상하는 윤 전 총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여권에선 곧바로 비판을 쏟아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 측이 올린 게시글의 캡처 이미지를 올리며 ‘삭제된 포스팅’이라고 꼬집었다. ‘1932년 12월 19일 윤봉길 의사’는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김광진 전 청와대 비서관도 조 전 장관이 올린 캡처 이미지를 공유하며 “윤봉길 의사의 뜻을 담아서 안중근 의사에게 술을 올리는 거. 나만 이상한가”라고 지적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도 “이제는 웬만한 실수나 실언은 그러려니 하건만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틀릴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이런 결례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특정 장소나 인물에 대한 글이 아닌 이날 행보 전체의 의미를 담아 쓴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의 캠프 관계자는 “안중근 의사 사진은 이날 현장에서 촬영한 수많은 사진 중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여섯 장 중 한 장”이라며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은 해당 사진의 내용이 아닌 전체 당일 행보에 대한 취지와 윤 후보의 효창공원 방문 의미를 담은 글”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