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아프간 대통령, 헬기에 돈다발 싣고 튀었다

입력 2021-08-16 20:31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의회에 출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거침없는 진격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국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탈출 당시 다량의 현금을 챙겨 떠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16일 스푸트니크통신은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대사관 대변인 니키타 이센코는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 대통령은 현금이 가득 실린 차량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며 “돈을 헬기에 실으려고 했지만 전부 싣지는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뒀다”고 전했다.

자미르 카불로프 아프간 담당 러시아 특별대표는 “도망친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남겨뒀을지 불확실하다”며 “국가예산을 전부 가져간 게 아니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전날 카불을 포위하고 점령을 시도하자 가족과 함께 국외로 도망갔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가니 대통령의 행선지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또는 오만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로 향했지만 입국을 거부당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공황에 빠진 국민을 방치한 채 도망친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떠났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약 아프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수없이 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고 카불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피처는 밝히지 않았다.

무책임한 가니 대통령의 행동에 정부 내에서도 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가니 대통령 탈출 직후 그를 곧바로 “전 대통령”이라 지칭하며 “수도를 방치한 그에 대해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화인류학 학자 출신인 가니 대통령은 세계은행 등에서 근무한 경제 전문가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자 귀국해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이후 2014년 대선에 승리했고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