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에 기대는 검찰·공수처… 수사지연·전문성 지적도

입력 2021-08-16 18:08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연합뉴스

주요 사건에서 검찰 등 수사기관들이 외부 자문기구 판단을 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채 의혹을 공소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 공정성 확보 차원이지만 절차 지연 문제와 함께 외부 기구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18일 열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조 교육감 사건을 이달 말쯤 공소심의위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심의위를 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수사 결론을 더 탄탄히 갖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와 검찰이 모두 심의위 의견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만큼 심의위 의견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백 전 장관 수사심의위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월 30일 직권 회부 결정을 내린 지 49일 만에 열린다. 검찰총장 직권으로 수사심의위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6번째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을 지난 4월 입건했는데 공소심의위를 거치면 최종 수사 결과는 다음 달 초쯤 나올 전망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한 결론을 내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번번이 외부 기구에 판단을 맡기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가 중요 결정을 내리는 만큼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심의위에는 종교계, 시민단체 등 비법률가들도 참여한다. 공수처 공소심의위도 공수처장이 사법제도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과 식견을 가진 각계 전문가 위원을 위촉한다. 법률 전문가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더욱이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들이 포함됐는지도 알 수 없다.

특히 백 전 장관 수사심의위는 법리적 쟁점이 복잡한 배임 교사 혐의 적용 여부를 다루는 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외부 인사들이 하루 시간을 내 ‘벼락치기’로 내리는 결정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사기관 내‧외부 이견을 원할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심의위에 판단을 떠넘기는 일을 되풀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월성 원전 사건은 대검 지휘부와 수사팀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소집이 결정됐다. 공수처의 공소심의위 회부 검토를 두고 향후 검찰과의 갈등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지시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조 교육감 사건에서 검찰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에 대비해 공수처가 결론을 뒷받침할 심의위를 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