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장악하면서 탈레반을 이끄는 지도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도부는 강경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달아 유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탈레반 최고지도자는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라는 인물이다.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그는 전임자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가 2016년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인근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최고지도자로 지명됐다.
아쿤드자다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신도들의 리더(Leader of the Faithful)’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직후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충성 서약을 받아내며 권위를 공고히 했다.
파키스탄 현지매체 돈(DAWN)은 지도자로 지명되기 전 아쿤드자다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종교인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탈레반의 과거 아프간 집권기(1996~2001년)에 고위 법관으로 활동하며 살인자 공개처형, 절도자 신체절단형 등 가혹한 이슬람 율법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2인자로 평가받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아쿤드자다와 달리 대외활동에 적극적이다. 협상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바라다르는 이란, 러시아 등 주변국을 오가며 외교를 책임지는 대외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달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 이도 그였다.
1994년 탈레반을 창설한 ‘얼굴 없는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무하마드 야쿠브는 탈레반의 군사 분야를 총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30대 초반인 야쿠브는 여러 차례 최고지도자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유화 메시지를 발표하며 과거 강경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국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 명의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며 개방적 정부 구성, 국제사회와의 교류, 여성 권리 존중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탈레반이 정권을 잃은 뒤에 정치감각을 키우며 변화됐다고 분석하지만 이는 외부 교류가 잦은 지도부 입장일 뿐 이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 강경파가 다수여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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