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2분기에도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비대면 산업 수혜를 듬뿍 받으며 뚜렷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던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게임 산업을 ‘반짝 유망주’로 치부할까 걱정하는 시선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가운데 게임사들은 부랴부랴 신작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주 국내 게임사들이 일제히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1분기 하방 곡선으로 전환한 형국을 뒤집지 못하고 하락 정체하거나 더 깊은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BIG3’로 평가되는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실적 정체가 뚜렷한 가운데 중견 게임사의 경우 적자 전환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신작 효과가 잦아든 데다가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커지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이 떠난 결과로 풀이된다. 마케팅비‧인건비 상승도 한몫했다. 부진한 실적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올 초 고점 대비 22%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도쿄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경우 33%나 내려앉았고, 넷마블도 12% 가량 빠졌다. 컴투스의 경우 수년래 영업이익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43%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투자의견을 하향 전환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모바일’과 ‘확률형 아이템’에 치중한 게임 개발 방식이 단기간 반짝 실적 상승을 이끌지언정 중장기 성장의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부터 소위 ‘실적 대박’을 친 게임사 상당수가 확률형 아이템에 치중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재미를 톡톡히 봤으나 이후 모멘텀을 제시하지 못해 고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짝 성과는 급등한 실적 만큼이나 하방 지지선 없는 주가 추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한 ‘오딘’이란 게임을 지난 6월 출시해 한 달 만에 주가를 2.5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그러나 2분기 실적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21.5% 급등했으나 영업익은 되레 4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가가 28% 이상 떨어졌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에도 대단한 개발력이 들어가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트리플 A급 PC‧콘솔 게임에 들이는 노력에 비할 바는 아니다”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가성비’ 측면에서 모바일에 치중해 왔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게임사들은 지난해와 올해의 간극을 연내에 좁혀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고 연내 신작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정부와 국회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게임사들은 특유의 창의성을 발휘해 기존 노선에서 선회한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젝트명을 앞세워 트리플 A급 게임 개발에 시동을 걸고, 메타 버스‧블록체인 기술‧엔터테인먼트 등을 도입한 새 시도로 영역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게임사들은 올해 초 큰 폭의 연봉 인상을 단행하면서 IT 업계에서 주도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게임사들은 더욱이 ‘모바일’과 ‘확률형 아이템’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게임사 내부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다. 새 바람이 불고 있으니 하반기에 여러 게임사에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