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까지 점령하고 정권 인수에 나서면서 수많은 현지 주민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해외로 출국하려는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면서 카불 공항과 인근 도로 등은 거의 마비될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과 외국인들은 탈레반의 재집권이 임박하자 출국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카불 주민들은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것을 두고 혼란에 빠져 너나할 것 없이 출국 행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트위터 등 SNS에는 현지 주민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짐을 들거나 아이를 안은 채 공항을 향해 뛰는 피난민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힘겹게 올라타는 현지 주민들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AP통신은 “공항에 항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긴 줄을 서고 있다”며 “은행에도 돈을 인출하려는 이들이 몰려 한때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집계에 따르면 최근 내전을 피해 카불에 입성한 피란민은 약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성명을 통해 55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이처럼 탈출을 시도하는 것은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샤리아) 적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는가 하면 명예살인 등의 가혹한 처벌을 앞세운 혹독한 통치를 펼쳐 현지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다만 현재의 탈레반은 과거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꾸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현지 주민들의 출국 허용과 안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탈레반에 “아프간을 떠나려는 주민과 외국인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출국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평화적 해결, 아프간 여성과 소녀를 포함한 모든 주민의 인권 증진,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구호물자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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