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앞둔 제주, 업체마다 예약장부 들고 일일이 전화 ‘비상’

입력 2021-08-16 14:29 수정 2021-08-16 14:32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제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행 3단계에서 4단계를 격상된다. 뉴시스

올 여름 휴가의 정점이던 15일 제주도가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발표했다. 당장 18일부터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가장 높은 단계의 거리두기 적용을 앞두고 도내 관광업계는 성수기 예약 장부를 점검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해수욕장 폐장도 결정되면서 행정당국 역시 후속 상황 준비에 대체 휴일을 반납했다.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은 15일 코로나19 공식 브리핑을 통해 “18일 0시부터 29일 자정까지 제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구 권한대행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힘들고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 제주는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고심 끝에 거리두기 격상을 결정했다”고 이해를 구했다.

제주지역은 10~20명 안팎이던 일일 확진자 수가 12일 44명, 13일 55명으로 잇따라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는 등 최근 1주간 일일 확진자 수가 37.8명 선까지 올라섰다.

제주도가 4단계 격상을 발표한 15일 하루에만 총 439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중 64명이 확진됐다.

타 지역 입도객에 의한 전파가 지난 7월 이후 도내 확진자에 의한 집단감염으로 전환됐다. 확진자 대부분이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확인되고 돌파감염까지 나타나면서 8월 중 확산세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4단계 격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저녁시간대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해수욕장 폐장이다.

18일 0시부터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은 2명까지다.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는 가족에 한해서만 예외가 적용된다. 기존 무기한 운영을 중단한 유흥시설 5종에 더해 노래연습장도 4단계 해제 시까지 영업이 금지되며 도내 지정 해수욕장 12곳이 모두 폐장된다.

제주도의 거리두기 격상 발표 이후 관광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영업제로 운영되는 렌터카와 숙박업소는 4단계 적용 기간 예약 장부를 점검해 3인이상 예약자들에게 취소나 변경 접수를 안내하느라 눈코뜰새없다.

특히 다수 인원 예약이 많은 리조트와 펜션의 경우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거리두기 격상 상황을 알리고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환불 등 조정 과정에서는 관광객과 업체 간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같은 업체라도 이용자들이 예약한 사이트에 따라 환불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예약 날짜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을 해주는 업소가 있는가 하면 일부 업체에서는 자체 방침을 내세워 이용 일까지 잔여 일수에 따른 환불 비율을 적용하면서 예약자들과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4단계 격상으로 이용 가능한 객실 수가 ¾에서 ⅔으로 줄면서 이미 예약된 객실을 비우는 작업도 쉽지 않다.

도내 한 대규모 숙박업소 관계자는 “예약 상황을 점검해보니 실제 취소분은 20% 정도로 많지는 않다”면서도 “점검 및 조정 차원에서 어제 하루에만 100통이 넘는 전화를 고객들에게 돌렸다. 객장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행정당국도 연일 비상이다.

읍면주민센터 휴일 당직자들은 제주도 격상 발표 이후 밀려 드는 문의 전화로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수욕장 폐장이 결정되면서 해수욕장마다 공유 수면에 설치된 파라솔 등 시설물 철거와 샤워 및 탈의실 잠금 작업에도 바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 민원 게시판과 도내 각종 온라인 카페에는 “4단계 격상을 3일 전 발표하는 건 너무 촉박하다”며 “예약제로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휴가 다 끝나서야 4단계 격상을 적용한다”며 “늦어도 한참 늦은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