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보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오죽했으면 댓글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연예인들 생각이 났겠습니까?”
막걸리 ‘영탁’ 상표출원등록 문제와 가수 영탁과의 전속모델 계약 문제로 한 때 구설수에 올랐던 예천양조 백구영 대표는 평생 한 길만 걸어왔던 자신과 회사가 ‘부도덕한 기업인’과 ‘악덕기업’으로 오해를 받았던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예천양조는 지난 6월 13일자로 가수 영탁과 전속모델 계약이 종료된 이후 재계약에 실패하자 “가수 영탁과 무관하게 만든 막걸리에 ‘영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회사를 홍보하는 건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등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이 같은 비난 여론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고 백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려야 했다. 월 7억~8억 원에 이르던 매출액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배은망덕한 기업으로 지목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눈총까지 받아야 했다.
특히 전국 대리점주들은 매출 하락으로 생계를 위협 받았고 회사 역시 매출 감소로 감원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천양조 측은 지난 5월 영탁과 전속모델 재계약에 실패한 직후 “백구영 대표의 이름 끝 자인 ‘영’과 탁주(막걸리)의 ‘탁’자를 합친 ‘영탁막걸리’가 뛰어난 술맛으로 애주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영탁의 일부 극성팬들은 “모델 전속 계약이 끝나자마자 업체 측이 ‘영탁막걸리’ 상표는 업체 대표 이름에서 따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가수 영탁과 무관하게 만든 막걸리에 이름을 붙이고 홍보하는 건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영탁 막걸리의 상표가 가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영탁이 ‘막걸리 한잔’을 부른 후 화제를 모으자 예천양조가 ‘영탁 막걸리’ 상표를 출원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전속 모델 계약 만료 후 대표 이름을 따서 상표를 완성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며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뿐만 아니라 예천양조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름을 바꾸라”, “영탁과 관련된 콘텐츠를 모두 내리라”는 등 항의성 글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예천양조 측은 “지난 2019년부터 진탁(진짜 막걸리), 영탁(백구영 탁주), 예탁(예천막걸리), 회룡포 등 이름 4개를 지어 놓은 상태에서 고심 끝에 지난해 1월 28일 ‘영탁’으로 상표출원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가수 영탁은 지난해 1월 23일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막걸리 한잔’을 부르며 화제를 모았다. 영탁 막걸리 상표등록출원일은 이로부터 닷새 뒤였다. 이후 예천양조는 4월 1일 영탁과 전속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영탁의 생일인 5월 13일 영탁 막걸리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백 대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영탁 어머니 이종금 씨와 개인적인 신뢰가 무너진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11일 어머니 이 씨는 예천양조를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영탁’의 상표출원등록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당시 예천양조가 상표출원등록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가수 영탁의 자필서명이 있는 승낙서 한 장이었다. 충분한 설명을 들은 이 씨는 아들의 자필서명을 받아 오겠다고 약속해 백 대표는 등록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배신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었지만 백 대표가 이 씨에게 승낙서를 전달한 지 8일 이후인 지난해 8월 19일 영탁 측은 비밀리에 자신들이 직접 ‘영탁’ 상표출원등록을 한 것이다.
예천양조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월 22일 자신들이 신청했던 상표출원등록이 거절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백 대표는 “평소 형수님이라고 부르면서 가깝게 지냈던 이 씨가 승낙서에 아들의 자필서명을 받지 못했으면 이 같은 사실을 저에게 통보해 준 뒤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으니 양쪽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 보라고 권유했어야 마땅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씨는 승낙서를 받아간 지 8일 만에 자체적으로 상표출원등록을 해 놓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매달 태연하게 회사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지난 5월 재계약에 실패하고 영탁 팬들의 집중 비난을 받은 상황에서 이 씨의 일방적인 전화 한통을 받고 크게 좌절해 한 동안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 씨가 전화를 걸어 “‘영탁’ 상표를 정식으로 승인 받은 뒤 예천양조와 결별하고 다른 막걸리 제조업체와 계약 하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극도의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껴 한 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 측에서 영탁 전속 모델 계약과 관련해 요구한 150억 원의 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씨 측이 예천양조에 요구한 내용은 연간 회사 성장기여도 10억원, 연간 상표 사용료 10억원, 연간 영탁 브랜드 외 예천양조에서 제조 판매하는 전 제품 출고가의 15%, 연간 예천양조 지분 10%였다. 이를 합해 액수로 산출하면 연간 50억 원 정도였다. 이 액수로 3년 간 요구했으니 합하면 150억 원이었다.
당시 예천양조가 이 씨 측에 제시한 금액은 연간 7억 원이었다.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현재 예천양조는 가수 영탁의 얼굴이 없는 영탁막걸리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제품의 ‘선 사용권’이 있기 때문에 제품이 ‘영탁’이라는 상표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탁 측이 상표 ‘영탁’에 관해 유효한 상표권을 확보하게 된다 해도 예천양조는 그 상표권에 대해 이른바 선 사용권(상표법 제99조 제1항)을 갖게 되기 때문에 어느 모로 보더라도 예천양조가 상표 ‘영탁’을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예천양조가 막걸리에 상표 ‘영탁’을 사용하는 것은 박영탁의 동의 유무에 관계없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광고모델 계약은 예천양조가 박영탁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기 위한 계약일 뿐 상표 ‘영탁’의 사용에 관한 계약이 아닌 바 광고모델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도 예천양조가 박영탁 측으로부터 상표 ‘영탁’에 관해 라이센스를 설정 받고 박영탁에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법리적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예천양조 측은 “가수 영탁이 전속모델 계약 기간 중에 상표출원등록을 신청한 것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표법 제34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 제1항 제20조는 ‘동업·고용 등 계약 관계나 업무상 거래 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출원한 상표’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 1988년부터 전통주 기계기구, 술 제조 컨설팅 분야에서 일해 온 백 대표는 2012년부터 예천에서 양조장을 경영해 오고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은 우리나라 전통주 발전을 위해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며 “언제나 묵묵히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