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비명만 가득”…아이티 지진 사망자 724명 불어

입력 2021-08-16 00:31 수정 2021-08-16 10:00
강진으로 무너진 주택서 구조작업 중인 아이티인들. AP=연합뉴스

11년7개월 전 대지진으로 수만명의 사람이 희생됐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에 따른 사망자가 724명까지 늘어났다.

15일(현지시간) 아이티 재난 당국은 전날 발생한 강진 사망자가 724명으로 불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2800명에 달해 인명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29분쯤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 남동쪽 13.5㎞ 지점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아이티 시민보호국 제리 챈들러 사무총장은 이날 “최소 304명이 사망했고, 18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집계 초기 단계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사고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올라온 현지 영상에는 처참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멀쩡한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잠옷이나 목욕 타월만 걸치고 거리로 뛰쳐나와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피해는 진앙에서 수십㎞ 떨어진 레카이와 제레미 두 도시에 집중됐다. 레카이 지역 성공회 수장인 아비아데 로자마 대주교는 “거리는 비명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원, 의료 지원, 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침에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은 지난달 대통령 암살로 피해를 본 가난한 나라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남부 반도 서부에 있는 최소 2개 도시에서 병원 등 건물이 무너져 잔해에 사람들이 갇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리더십 공백 상태다. 국민은 심각한 빈곤 상태에 있고, 일부 지역에선 조직적 갱단 폭력으로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이날 카리브해 동부에서 형성된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로 향하는 중이다. 그레이스는 16~17일쯤 아이티 인근을 지나 산사태 우려도 제기된다.

지진은 2010년 1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황폐화시킨 같은 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과거 지진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USGS 수전 허프 박사는 “2010년 지진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애석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가 피해 평가와 부상자 회복, 재건 지원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빈국 아이티에서는 지난 2010년에도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최대 30만 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11년 만에 또다시 찾아온 이번 대지진은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로 아이티 혼란이 극심해진 가운데 발생해 아이티 국민에게 고통을 더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