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아프간 대통령은 곧 사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압둘 사타르 미작왈 아프간 내무장관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도 AP통신에 “탈레반 협상단이 권력 인수 준비를 위해 대통령궁으로 이동 중”이라며 “이 협상의 목표는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부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알 아라비야 보도를 인용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향후 몇 시간 이내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새 과도정부의 수장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은 이날 카불 외곽 경계 지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AP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카불 내의 칼라칸 지구, 카라바그 지구 등에 탈레반이 있다며 “아직 전투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대외 창구가 있는 카타르 도하 정치사무소의 지도자는 “카불 시내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탈출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안전한 길을 허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탈레반 측은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아프간 정부가 ‘평화적으로 항복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미국 특사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료와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탈레반은 미국을 겨냥한 2001년 9·11테러 뒤 범행 배후인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해 정권을 잃었다. 이후 20년 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전쟁을 이어왔다.
지난 5월부터 미군과 동맹군이 단계적 철수를 시작하면서 탈레반 공세를 강화, 수도 카불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도시를 장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