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위원장 “모든 사법절차 불응”… 신병 확보 어떻게?

입력 2021-08-15 18:06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불출석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영장 집행 시기와 방법을 두고 경찰이 고심에 빠졌다. 양 위원장이 향후 모든 사법절차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민주노총과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특별수사본부는 양 위원장 구속영장 집행에 필요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 13일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조치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8000여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 등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시위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일반교통방해)를 받는다.

양 위원장은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미체포 피의자이기 때문에 경찰은 우선 통신영장을 발부 받아 소재를 파악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양 위원장 소재 파악 등 신병 확보를 위한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양 위원장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재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그가 있는 곳으로 진입하기 위한 별도 수색영장도 사전에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아야 한다.

경찰이 집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다 거친다 해도 민주노총 조합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구속 심사는 노동자 탄압”이라며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조합원들은 경찰이 강제 집행에 나설 시 양 위원장의 사무실 앞을 둘러싸고 막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2013년 12월 철도노조 파업 당시 충돌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당시 김명환 철노도조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입주 건물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가 빚어졌다. 양 위원장이 은신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5년 한상균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서 25일간 피신했다.

사법절차에 불응하겠다는 양 위원장에 대해 사법체계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로서도 자칫 신병 확보가 늦어지면 법 적용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를 1인 시위를 가장한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전면 차단에 나선 반면 지난달 3일 열린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는 막지 못했다. 신고 장소가 아닌 종로구 일대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고는 하지만 8000명 규모의 집회가 도심 도로에서 열린 바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