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진입을 시작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카불에선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카불 외곽 지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탈레반은 전날 밤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 이 샤리프에 이어 이날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를 점령했다. 특히 마자르 이 샤리프는 전략적 요충지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지난 11일 직접 찾아 방어 태세를 살핀 곳이지만, 불과 3일 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탈레반은 지난 6일 처음 주도를 점령한 이후 사흘 만에 4곳의 주도를 장악하더니, 불과 1주일 만에 34개 주도 중 25개의 주도를 차지한데 이어 카불 진입을 시작했다.
카불 함락이 임박함에 따라 각국은 신속하게 대사관 철수 작전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대사관 외교관들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며 철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를 오는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해외로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들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도가 포위되면서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가 항공편으로 좁혀진 탓이다. AP통신은 “공항 터미널 밖 주차장에 설치된 매표소로 짐을 가득 진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카불을 떠나려는 공포에 질린 여행자들”이라며 “아프간 항공사는 최소 2주간 모든 좌석이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