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의무검사, “시행” vs “차별” 논란… 중대본 “난감하네”

입력 2021-08-15 16:55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17명으로 집계된 15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


건설 현장을 누비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의무검사제’ 시행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동이 잦은 일용직 노동자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명령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특정 직업 종사자에 대한 의무검사 행정명령이 자칫 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총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종시 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감염도 전날 기준 누적 확진자가 20명에 달했다. 앞서 지난 4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에서는 확진자 9명 중 6명이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였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공사 기간 인근 고시원 등 3밀(밀폐·밀집·밀접) 장소에서 거주하거나 동시에 여러 명이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탓에 집단감염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관련 확진 사례가 계속 발생하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27일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내려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할 때 2주 이내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울시 역시 지난달 30일 같은 내용을 중대본에 요청했다.

현재도 지자체가 특정 직업군이나 계층에 대한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앞서 건설현장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된 파주시는 이달 초 관내 108개 직업소개소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지방정부 차원의 조치로는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인력업체를 통해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확진 시 감염경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지자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만 행정명령을 내리면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 중대본에 수도권 차원의 대책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대본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확산세가 일용직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또 “특정 직군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내릴 경우 인권침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허모씨는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감염 우려는 주거환경 요소 때문이지 직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용직 노동자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다고 현재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 내 사업장에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와 외국인 노동자(미등록 외국인 포함)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에 대한 혐오이자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행정명령은 철회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정명령이 정말 필요한 조치인지 명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남중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직업군에서 코로나 확산이 다수 발생하거나, 코로나 감염 시 타인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의무검사의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