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이번엔 “이승만·박근혜 친일정권”…野 “매년 망언” 반발

입력 2021-08-15 16:35

김원웅 광복회장이 76번째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정부를 ‘친일반민족 정권’으로 규정하며 친일청산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실상 보수야권을 겨냥한 것으로, 국민의힘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김 회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상생과 협력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영상 기념사를 통해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부를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친일반민족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거짓과 왜곡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일부 정권을 친일세력으로 평가하며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김 회장의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김 회장은 이승만정부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한 정권으로 묘사하며 한국을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로 비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고 백선엽 장군을 향해 “사형감”이라고 비판했던 김 회장은 이날도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한 백 장군의 행적을 비난했다.


날선 김 회장의 발언이 광복절 기념사로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도 제기됐다. 특히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회장 기념사 내용을 미리 확인했다 해도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관여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와의 사전조율론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김 회장 기념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철 지난 이념과 극도로 편향된 역사관이 전제된 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기념사”라며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의 망언을 방치해 국민 분열을 방조하는 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상생과 협력의 힘을 강조했는데, 김 회장 기념사는 궤변과 증오로 가득차 있다”며 “이 정부가 광복절을 기념해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정현수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