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율했다? 김원웅 기념사 또 논란…야권 비판 쇄도

입력 2021-08-15 15:36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역대 보수 정권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져 야권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5일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영상을 통해 “국민들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 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면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박근혜 정권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는 “친일파들은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며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녹화 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본 후 박수를 치고있다. 뉴시스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청와대·정부와 사전 조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광복회로부터 미리 초고를 받아 기념사 내용을 확인하고 일부는 수정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보수 정권 전체를 친일파로 규정한 김 회장의 발언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고, 청와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발언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 때도 논란이 됐었다. 당시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친일파로 언급했다. 이에 청와대는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는 2년 연속 김 회장의 발언에 적절히 제동을 걸지 못한 셈이 됐다.

야권은 김 회장의 이번 광복절 기념사와 관련해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가보훈처의 예산을 지원받는 광복회 회장은 국가유공자법과 정관에 의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의 망언을 방치하고 국민 분열을 방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회장은 지난해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평가하고, 애국가에 대해서는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라고 폄하해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SNS에 ‘광복절을 욕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원웅, 윤미향, 문재인 정권’이라는 글을 올려 “김원웅 당신 같은 사람이 저주하고 조롱할 대한민국이 아니다. 지긋지긋한 친일 팔이, 당신들의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의 국민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념 망상이 이 뜻깊은 광복절을 더 욕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로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며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궤변과 증오로 가득찬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 내용이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된 것이라 하니 이 정부가 광복절을 기념하고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