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사내 성폭력’ 의혹이 공안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산둥성 지난시 공안 당국은 14일 수사 결과 발표문을 통해 알리바바 여성 직원 A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알리바바 전 간부 왕모씨와 알리바바 협력 유통업체인 화롄슈퍼마켓 전 간부 장모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안에 따르면 왕씨는 지난달 27일 화롄슈퍼마켓 관계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술에 만취한 A씨를 호텔 객실에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왕씨는 처음에는 만찬에 동석한 화롄슈퍼마켓 측 여성 직원과 함께 A씨를 호텔 객실까지 데려다주고 1층 로비로 일단 내려왔다.
하지만 화롄슈퍼마켓 직원이 차를 타고 호텔을 떠나자 다시 객실로 올라가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왕씨는 술에 취한 피해자의 신분증을 미리 챙겨놓고 이를 갖고 호텔 프런트에서 추가 카드키를 만들어 방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공안은 당시 화롄슈퍼마켓 간부였던 장씨도 만찬장과 피해자의 호텔 객실에서 각각 강제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장씨는 만찬 다음 날 이른 아침 피해자의 호텔 객실을 찾아가 문을 두드려 피해자가 문을 열자 안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공안은 두 명의 피의자가 모두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기 전에 피임 도구를 챙기는 등 강간 의심 정황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강제추행 이상의 범행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는 않았다면서 추가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알리바바 직원 A씨는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에 출장 중 협력업체 측과 만찬 자리에서 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고 나서 고객사 관계자와 상사로부터 잇따라 성폭력을 당했지만 회사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그는 “(상사가) 내 호텔 방에서 콘돔을 끼고 네 번이나 성폭행했다. 이 글을 적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난다”며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악몽을 꾸는 것 같이 두렵고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왕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 경찰 조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일”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회사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의 폭로글이 SNS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사건이 공론화됐고, 알리바바와 화롄슈퍼마켓은 그제야 각각 왕씨와 장씨를 해고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