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막아야”…등번호 ‘2’로 변경한 축구선수

입력 2021-08-15 02:02 수정 2021-08-15 02:02
모르텐 토스비가 자신의 바뀐 등번호 2번이 적힌 옷을 들고 있다. 그가 설립한 위 플레이 그린 인스타그램 캡처.

이탈리아 프로축구 선수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신의 등번호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영국 BBC는 13일(현지시간) “삼프도리아의 노르웨이 출신 미드필더 모르텐 토스비가 이번 주말 시작하는 2021-2022시즌에서 등번호 2번을 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등번호 2는 축구에서 주로 오른쪽 라이트백, 오른쪽 측면 수비수들이 사용하는 번호다.

토스비는 지난 시즌 삼프도리아 주전 미드필더로 33경기를 뛰었다. 당시 그는 18번을 달았다. 토스비는 새 시즌에도 미드필더다. 그가 등번호를 변경하기로 한 것은 포지션을 바꿨기 때문이 아니다. 등번호를 바꾸는 이유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대한 축구팬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파리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협약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토스비는 축구만으로 삶의 목적의식을 채울 수 없어 스스로 ‘기후변화 홍보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10대를 보냈다”면서 “결국 프로축구 선수가 됐지만 삶의 목적이 뭔지는 여전히 불확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축구선수가 되려고 노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가 엄청난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데 고작 축구나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토스비는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더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부모와 논의 끝에 ‘삶의 목적’을 위해 축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토스비는 등번호를 파리협약의 목표 수치인 2로 바꿨고, ‘위 플레이 그린(We Play Green)’ 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축구계가 환경보호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토스비는 “축구를 계속 잘하려고 노력하면서 기후변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다녕 인턴기자